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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네 포토 일기

에디슨이 울고 갈 실패작? 그래도 참외 세 개는 남았다!!

by 윤쓰 패밀리 이야기 2026. 10. 20.

어째 한 방에 시원하게 성공하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에디슨이 울고 갈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렇다고 에디슨 같은 거대한 대박을 기대하기엔 이미 얹어진 나이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번득 들곤 합니다. 보통 무슨 일이든 서너 번 해보면 감이 잡히고 손에 익는다는데, 농사라는 녀석은 서너 번만 기회를 주고 나면 벌써 몇 년의 세월이 훅 지나가 버립니다. 잘되던 것도 환경이 조금만 틀어지면 또 다시 처음처럼 헤매기 일쑤고, 쏜살같이 들어가는 나이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현실의 벽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아득함이 몰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모하고도 어여쁜 도전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거창한 대박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옛 스피노자의 말처럼, 오늘 나에게 주어진 흙을 만지고 무엇인가를 묵묵히 키워낼 뿐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수직 재배 타워를 사려니 값이 제법 비쌌습니다. 마침 마당 한구석에 뒹굴며 남아돌던 나무 자재들이 눈에 들어왔고, 직접 망치와 톱을 들고 나만의 수직타워를 뚝딱뚝딱 만들어 보았습니다.

결과는… 멋진 성공이라기보단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가장 꼭대기에 야심 차게 심어둔 고추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공벌레 녀석들이 모조리 갉아먹어 버렸고, 그나마 딸기들은 제집인 양 별 탈 없이 잘 적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호박과 참외는 수직타워라는 답답한 집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편안한 넓은 노지에 비하면 턱없이 아쉬운 결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겨우 팔뚝만 한 호박 세 개, 그리고 노랗고 앙증맞은 참외 세 개가 이번 수확의 전부였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가만히 파헤쳐 보니, 식물들이 밖으로 나와 자라도록 뚫어놓은 조그마한 옆 구멍들 사이로 비가 오고 물을 줄 때마다 흙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던 것입니다. 아무리 흙을 다시 매워 넣고 꾹꾹 눌러주어도 무심한 흙은 자꾸만 흘러내렸습니다.

비록 손바닥에 쥔 것은 참외 세 개, 호박 세 개뿐이지만, 이 작고 노란 열매 안에는 흙을 붓고 나무를 깎던 나의 시간과 공벌레와 씨름하던 나의 하루가 빽빽하게 담겨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흙을 보며 구조의 허점을 배웠고, 고추를 잃으며 벌레들의 생태를 배웠습니다. 수직타워는 절반의 실패로 끝났지만, 다음번 타워는 흙이 새지 않도록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농사는 몇 년이 금방 가버린다 해도, 그 세월 동안 내 손끝에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노하우와 삶의 깊이가 배어들고 있습니다. 세상을 뒤흔들 대박은 아닐지라도, 오늘 내 손으로 지어 올린 작은 타워와 그곳에서 영문에 맞춰 익어준 참외 두 개가 주는 이 소소하고 묵직한 기쁨.

그것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털고 일어나, 또 하나의 사과나무를 심으러 밭으로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