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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네 포토 일기8

썸네일 성공과 실패, 그 사이 : 전설의 왕대왕 고구마 알현기 작년 농사는 한마디로 '자선 사업'이었다. 들쥐 형님들에게는 알찬 고구마를, 염소 녀석들에게는 싱싱한 줄기를 아낌없이 '조공'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남은 건 오직 빈손뿐. '연습'이라는 핑계로 위안 삼았지만, 자루에 심은 것까지 폭망했을 땐 정말 고구마랑 절교할 뻔했다.​그런데 올해, 이 녀석들이 나를 밀당(?)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왜 니가 나와?' 싶은 뚱딴지 같은 곳에서 고구마가 자라고 있었던 것. 두 개는 상태가 영 메롱이라 포기하고, 오늘 남은 하나를 잡았다.​우와, 넝쿨 봐라. 이거 고구마 맞아? 정글 탐험하는 줄 알았다. '넝쿨 많으면 알 안 찬다'는 어른들 말씀이 뇌리를 스쳤다. '아, 올해도 염소밥이구나...' 하며 체념하려던 순간! ​헉!! 내 눈을 의심했다. 흙 속에서 나온 건.. 2026. 10. 13.
썸네일 4년 만에 찾아온 뜻밖의 선물, 우리의 첫 쓰레기통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집엔 쓰레기통이 없었다.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가며 2~30년 동안 쌓여있던 옛 쓰레기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우리 네 식구가 살아가는 동안 나오는 생활 쓰레기 역시 결코 만만치 않았다.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정리를 이어갔다.박스는 텃밭으로 보내 땅을 살리는 데 쓰고,캔과 유리병은 모아두었다가 리사이클 센터로,남은 음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퇴비로 돌려보냈다.그렇게 자연과 순환하며 살아보려 애썼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여만저만이 아니었다.사실 그동안 버틴 이유도 명확했다. 이 멀고도 깊은 곳까지 쓰레기통을 배달받는 딜리버리 비용과 매달 들어가는 수거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집 건축이 다 끝나면, 그때 .. 2026. 10. 12.
썸네일 발목에 내려앉은 온기,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왔다 오늘 드디어 어린 오리들이 집에 들어왔다.처음에는 내가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마다 녀석들이 펄쩍 놀라며 도망치기 바빴다. '아직 낯설고 무섭겠지' 싶어, 욕심내지 않고 바닥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 보았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만히 숨을 죽이고 기다려주니, 이곳저곳 탐색하며 맴돌던 녀석들이 하나 둘 내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나씩 자리를 잡고 누워 편안하게 쉬는 게 아닌가. 심지어 털뭉치 같은 녀석 한 마리는 내 발목 위까지 뼘뼘 올라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시작이 제법 나쁘지 않다.아이들에게는 짐짓 엄한 척 일러두었다."얘들아, 이 오리들은 귀여운 애완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키우는 가축이란다". 매번 같은 다짐을 해 두지만 아이들도 나도 언.. 2026. 10. 2.
썸네일 또 한발 늦었다. 며칠 전부터 노랗게 익어가는 멜론을 보며 오늘일까, 내일일까 망설였다. 오늘 드디어 마음을 먹고 들었을 때 바람에 실려 온 향은 감미로웠지만, 들쥐가 이미 밑바닥을 깊게 파먹은 후였다. 수박도, 멜론도… 늘 한발 늦는다.문득 전도서의 말씀이 마음을 스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단순히 과일을 수확하는 농사의 타이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난 십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늘 고심해 온 인생 전체의 '때'에 관한 이야기다.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회, 결단해야 할 순간, 사랑하고 내어주어야 할 때…. 우리는 늘 '조금만 더', '다음에'라며 미루다가 가장 소중한 때를 놓쳐버리고 뒤늦게 씁쓸한 향기만 맡고 있는 것은닐까.한두 번도 아닌데 여전히 미련하고 게으른 나 자신을 보며,.. 2026. 9. 24.
썸네일 나무 그늘 아래, 우리들의 작은 휴식 산골 생활의 진짜 매력은 커다란 이벤트가 아니라, 계절이 슬며시 바뀌는 순간을 온몸으로 마주할 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게 알맞아지고, 낮에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일 년 중 몇 안 되는 선물 같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동쪽의 두 그루 소나무가 아침 해를 막아주고, 서쪽 도토리나무가 든든하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곳. 얼마 전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마당 한구석에 무심하게 던져두었던 낡은 테이블을 옮겨놓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근사한 야외 쉼터가 만들어졌습니다.토요일 아침, 단비가 정성껏 타 준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와 차가운 모카 빛 커피 한 모금에 주말의 여유가 가득 채워지는 듯했습니다.주일 오후에는 아이.. 2026. 9. 22.
썸네일 쌀쌀한 아침, 뜻밖의 선물 구기자 ​오늘의 날씨 & 아침 풍경벌써 이틀째인가? 아침에 나와보니 온 세상에 이슬이 엄청 내려 마치 밤새 비가 내린 것만 같다.기온이 화씨 50도대(섭씨 10도 안팎)까지 뚝 떨어졌으니 '설마 서리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갑작스레 싸늘해진 아침 날씨 탓에 포근한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게으름과 힘겨움을 털어내고 마당으로 나오니, 추위를 이겨낸 보람이 있는 예쁜 풍경들이 반겨준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 몽실몽실 걸려 있는 구름 띠가 그렇고, 알록달록 꽃들과 정성껏 키운 야채들 위에 촉촉하게 내려앉은 이슬방울들이 그렇다. 자연이 아침마다 차려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식탁 같다. ​손안의 작은 달콤함, 구기자한동안 방치되다시피 해서 반쯤은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구기자.. 2026.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