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어린 오리들이 집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가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마다 녀석들이 펄쩍 놀라며 도망치기 바빴다. '아직 낯설고 무섭겠지' 싶어, 욕심내지 않고 바닥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만히 숨을 죽이고 기다려주니, 이곳저곳 탐색하며 맴돌던 녀석들이 하나 둘 내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나씩 자리를 잡고 누워 편안하게 쉬는 게 아닌가. 심지어 털뭉치 같은 녀석 한 마리는 내 발목 위까지 뼘뼘 올라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시작이 제법 나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짐짓 엄한 척 일러두었다.
"얘들아, 이 오리들은 귀여운 애완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키우는 가축이란다". 매번 같은 다짐을 해 두지만 아이들도 나도 언젠가 정리해야 할 날이 와도 나는 여전히 그러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축으로 키워서 때가 되면 거두는 정당한 과정을 비난할 생각도 없고, 정이 많아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을 자책할 마음도 없다. 다만 동물 복지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이 작은 생명들의 마지막 날이 언제 찾아오든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먹고 놀며 잘 살다 갔으면 좋겠다.
오늘 내 발목 위에 올라앉은 이 작고 따뜻한 온기만큼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윤씨네 포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공과 실패, 그 사이 : 전설의 왕대왕 고구마 알현기 (0) | 2026.10.13 |
|---|---|
| 4년 만에 찾아온 뜻밖의 선물, 우리의 첫 쓰레기통 (0) | 2026.10.12 |
| 또 한발 늦었다. (0) | 2026.09.24 |
| 나무 그늘 아래, 우리들의 작은 휴식 (0) | 2026.09.22 |
| 쌀쌀한 아침, 뜻밖의 선물 구기자 (0) | 2026.09.19 |